마카오의 ‘카지노 황제’ 스탠리 호 라이프 스토리

마카오의 ‘카지노 황제’ 스탠리 호 라이프 스토리 

 ‘마카오에서 쓰는 돈은 다 스탠리 호(96)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마카오 사람들 사이에서 입버릇처럼 오가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카지노의 대부’ 혹은 ‘카지노의 황제’라고 불리는 호는 마카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카지노 산업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 

호가 ‘마카오의 밤을 지배하는 남자’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마카오 내 카지노 19곳을 소유하고 있는 호는 이밖에도 경마, 부동산, 운송업, 관광, 금융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마카오 최고의 자수성가형 거부다. 40년 동안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을 독점하면서 카지노 제국을 건설했던 호가 오는 6월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의 파란만장했던 인생 스토리가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라고 불리는 마카오는 사실 매출액 면에서는 이미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가령 2010년의 경우, 마카오 카지노의 전체 매출액은 280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했으며, 이는 라스베이거스의 네 배 수준에 달하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마카오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받침대가 카지노 산업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 요컨대 마카오 연간 재정 수입의 80%가량이 카지노 산업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특히 마카오 최대 재벌인 호가 소유하고 있는 카지노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현재 호의 기업들은 마카오 전체 노동력의 4분의 1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홍콩의 애널리스트인 가브리엘 챈은 “이 세상 어디에도 마카오처럼 한 가족이 전체 산업의 핵심을 쥐고 있는 곳은 없다. 현재 호의 기업들은 마카오 GDP의 40%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라면 ‘스탠리 호가 바로 마카오다’라는 말도 괜한 말이 아닌 셈인 것이다.  

일례로 호의 카지노 업체인 ‘SJM홀딩스’의 모기업인 STDM은 카지노 외에도 다방면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마카오의 모든 산업에 호의 손길이 안 닿은 데가 없을 정도다. 

경마 트랙을 보유하고 있는가 하면, 고급 레스토랑을 여럿 운영하고 있으며, 마카오 국제공항의 지분 33%와 에어마카오의 지분 14%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컨테이너 항구의 지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홍콩에 있는 자회사인 ‘순탁 홀딩스’를 통해서는 홍콩 및 중국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페리, 버스, 헬리콥터 등 운송 사업을 독점하면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으며,

‘원 센트럴’ 고급 아파트 단지 건설 등 부동산 개발 사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이니 사람들이 마카오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알게 모르게 호의 주머니로 돈이 흘러간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마카오에서 소비되는 1달러 당 50센트는 호가 가져간다’는 말도 있다. 가령 마카오 공항에 도착해 호텔로 이동할 때도, 또 호텔에 체크인하거나 혹은 마카오 내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호 자신은 도박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카지노 산업으로 부를 축적했지만 정작 본인은 도박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요행을 믿지 않았던 호는 “성공하는 데 있어 운은 5%밖에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실제 굴곡진 그의 인생 역시 그랬다.  

홍콩의 명망 높은 집안에서 태어났던 호는 어린 시절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증조부는 네덜란드계 유대인인 영국인이었으며, 조부인 호푹은 청나라 말기 5대 거상 가운데 한 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었다.

호푹은 20세기 초반 홍콩 최고의 갑부 상인이었던 로버트 호퉁의 형제이기도 했다.  

13남매 가운데 아홉째로 태어났던 호는 2004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풍요로웠던 유년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8세 때 아버지는 유람선을 소유하고 계셨고, 자동차도 여러 대 갖고 계셨다. 

홍콩 스탠리 섬에는 여름 별장도 있었다.” 하지만 행복했던 유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그만 주식투자에 실패하면서 가족 모두가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삶을 비관한 형제 둘이 자살을 하면서 호의 집안에는 더욱 먹구름이 끼었다.  

세상은 어린 호에게 냉정했다. 어려워진 호의 가족을 돕고자 나서는 친척은 아무도 없었으며, 오히려 모두들 멀리했다. 치과에 갈 돈이 없어서 친척집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는가 하면, 

차비가 없어서 버스에서 강제로 하차를 당하기도 했다. 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셨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매일 전당포를 들락거리셨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성공하겠노라고 약속했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처음 호의 학교 성적은 최하위권에 머물 정도로 형편 없었다. 명문대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야말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신분 상승을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호는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다시 열심히 공부했던 호는 마침내 홍콩의 명문대인 홍콩대학에 입학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꼴찌반 학생이 홍콩대에 입학하는 것은 홍콩에서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일본군을 피해 쫓기듯이 홍콩을 빠져나왔던 호의 가족은 1942년 마카오에 정착했다. 

이로써 결국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던 호는 그대신 일찌감치 사회로 뛰어들었다. 무역회사에 취직했던 호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열네 시간씩 쉬지 않고 일했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비상한 머리로 업무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냈던 호는 결국 사장의 총애를 받았으며, 마침내 입사 2년 만에 공동 경영자로서 초고속 승진했다. 

당시 호의 나이는 22세였다. 수중에 10홍콩달러(약 1300원)만 쥐고 마카오로 건너온 지 불과 2년 만에 부자가 된 것이었다. 

이렇게 성공했지만 호는 한 곳에 안주하지 않았다. 직접 사업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 먹었던 호는 1943년 등유 회사와 건설 회사를 설립한 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도전은 시기적으로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홍콩에서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돈방석에 앉게 됐던 것.  

그리고 1962년, 마침내 일생 일대의 행운이 찾아왔다. 바로 마카오의 카지노 독점 사업권을 노려볼 만한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던 것이다. 

당시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독점권은 ‘타이킹’사의 후탁얌 대표가 갖고 있었지만, 1961년 말 이 독점권 기한은 만료된 상태였다. 

이에 호는 홍콩의 거물인 헨리 폭, 마카오 도박사인 입 혼, 그리고 입의 처남인 테디 입 등과 컨소시엄을 조성해서 독점 사업권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미 마카오의 도박 산업을 꽉 쥐고 있던 후탁얌 가문을 상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호에게는 나름의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타고난 특유의 사업 수완과 통큰 배포였다. 

당시 보란듯이 고액의 입찰금을 제시했던 호는 이와 더불어 마카오의 관광 산업 부흥, 기간산업 투자, 홍콩-마카오 간 고속 페리호 도입 등 다양한 사업 기획을 제안했다. 

또한 여기에 더해 유창한 영어 및 포르투갈어 실력은 당시 포르투갈을 식민 지배하고 있었던 포르투갈 관료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호는 후탁얌 가족의 텃세를 뒤로 하고 마침내 카지노 사업 독점권을 따냈으며, 독점 기간은 40년이었다. 

이렇게 카지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호는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되는 2002년까지 카지노 제국을 건설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은 호의 손을 거치면서 대대적으로 변화됐다. 우선 과거의 어두컴컴하고 동굴 같았던 카지노들은 유럽식으로 호화롭고 화려하게 바뀌었다. 

가령 1970년, 마카오 최초의 카지노 호텔인 ‘리스보아 카지노 호텔’이 개장됐고, 게임 종류는 룰렛, 블랙잭 등 다양해졌다. 

호의 아이디어로 처음으로 VIP 전용 임대룸 서비스인 ‘정킷방’이 도입됐는가 하면,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안전하고 빠른 페리호가 개통되면서 관광객도 급증했다. 

곧 카지노 사업은 대성황을 이루었다. 1998년에는 마카오 정부의 세수 가운데 60%를 차지할 정도였다. 

호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같은 해에는 결국 호의 이름을 딴 ‘닥터 스탠리 호 애비뉴’라는 도로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2년 독점 사업권이 만료되면서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중국 정부는 마카오의 도박 산업을 윈, 라스베이거스샌즈 등 외국 자본에 개방하면서 경쟁을 부추겼고, 

이에 발맞춰 호의 카지노도 새로운 변화를 도모해야 했다. 2007년 개장한 마카오 최대 높이의 ‘그랜드 리스보아 카지노 호텔’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2009년, 호가 홍콩의 자택에서 갑자기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가족 간의 분쟁이 시작된 것도 호에게는 악재였다. 

당시 뇌수술 후 7개월 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던 호는 그후에도 완전히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으며, 줄곧 휠체어 신세를 진 채 공개석상에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치열한 다툼은 호가 네 명의 부인과 열일곱 명의 자녀를 둔 만큼 어쩌면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더욱이 호가 명확한 유언장을 작성해두지 않았던 까닭에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가족 간의 갈등은 2011년 초, 호의 개인 지주회사이자 STDM의 지분을 갖고 있던 ‘랜스포드’사의 소유권 이전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랜스포드’사는 갑자기 1만 개의 신주를 발행했으며, 이 주식은 모조리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두 개의 지주회사가 매입했다. 

이 두 회사는 둘째 부인의 자녀인 팬시 호와 로렌스 호, 그리고 셋째 부인인 이나 챈의 소유였다. 이로써 이들은 STDM의 막대한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하지만 이에 분노했던 호는 이를 가리켜 ‘전략적인 쿠데타’라고 묘사하는 한편 “이로써 나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며 한탄하기도 했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가족들에게 재산을 몽땅 도둑맞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둘째와 셋째 부인은 모든 과정은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하면서, 해당 서류에 호가 직접 서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호는 “수술 후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몰랐다”고 말했다. 결국 호는 변호인단을 고용해서 법정 소송을 제기했으며, 

가족들이 ‘부적절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회사의 지분 구조를 변경했다고 비난했다. 나머지 가족들 역시 “평소에 아버지는 모든 가족들에게 골고루 재산을 분배하겠노라고 약속했었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호 가문의 불화는 곧 전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이 보도 후 회사의 주가는 7.8%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당시 호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가족을 상대로 지리한 법적 소송을 이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안정적인 주가와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재빨리 행동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호는 두 번째를 택했다.  

그리고 가족 간에 모종의 합의를 거친 후 이례적인 TV 기자회견을 통해 “원만한 합의에 따라 가족 간의 갈등이 모두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부인과 자녀들에게 골고루 재산을 분배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호의 가족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카지노 산업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마카오를 찾는 도박사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은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SJM홀딩스’의 순이익이 13%가량 감소했으며, 2015년에는 심지어 63%까지 대폭 줄어들었다. 

여기에는 조카인 앨런 호(리스보아 호텔의 전무)가 경찰의 대대적인 매춘 조직 단속에 걸려들면서 96명의 매춘부들과 함께 체포된 사건도 한몫했다. 당시 앨런 호는 14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카지노 매출액은 전해 대비 6% 감소했으며, 이런 하락세는 2017년 상반기까지 지속됐다. 

여기에 더해 중국 마피아 조직인 삼합회와의 연루설까지 터지면서 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당시 호가 돈세탁 등 여러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불거졌지만 호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이런 주장들은 내가 삼합회 조직원들 가운데 일부를 알고 지낸다는 데 그치고 있다. 누군가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것과 그냥 알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이런 부침 끝에 현재 호의 기업은 다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2019년 개장 예정인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 복합 단지가 좋은 예다. 

베르사체, 라거펠드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인 대규모 리조트 단지인 이 곳은 카지노 고객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오락 시설로, 

외국 자본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동시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호 가문의 노력이 집대성된 곳이다.  

오는 6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날 예정인 호는 자신의 인생을 바쳤던 카지노 산업과 마카오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박 산업으로 돈방석에 앉긴 했지만 제2의 고향과도 같은 마카오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자평하고 있는 호는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행복과 만족감의 원천이다”라고 말했었다.  

이미 구순을 훌쩍 넘긴 호가 앞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과연 그가 일군 카지노 제국의 영화가 계속될지, 아니면 후손들의 다툼으로 산산조각이 날지 지켜볼 일이다